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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연구성과

I-bio 겸임 정우성 교수, 대만 반도체 의존 낮추는 美… 그 틈 파고든 日

분류
연구성과
등록일
2023.05.22 14:08:15 ( 수정 : 2023.09.12 17:06:44 )
조회수
155
등록자
관리자


 

I-bio 겸임 정우성 교수

 

일본의 반도체 산업 육성 성과는 철저히 계산된 정책의 산물이다. 일본은 2019년 미국 정부의 중국 화웨이 제재로 시작된 미·중 무역 갈등을 자국 산업 부흥의 기회로 삼았다. 지정학적 이점과 미국과의 긴밀한 관계를 앞세워 외교적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반도체 산업 생태계 부활도 시도한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2021년 6월 일본 경제산업성이 발표한 ‘반도체·디지털 산업 전략’이다. 당시 일본은 인공지능(AI)과 양자컴퓨터, 자율주행차, 로봇 등 차세대 신기술의 등장으로 급속히 성장하는 반도체 산업의 미래 패권을 거머쥐기 위해 3단계 전략을 수립했다. 먼저 일본 내 반도체 생산 기반을 강화하고 차세대 반도체 설계 기술을 확보한 뒤 반도체를 활용한 양자컴퓨터 같은 미래 산업을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채 2년이 지나지 않았지만 이 계획은 기대 이상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일본은 지금까지 반도체 파운드리(TSMC), D램(마이크론), 후공정·패키징(TSMC·삼성전자·인텔) 등 반도체 각 분야 최고의 기업을 모두 유치했다. 일본 기업이 이미 생산하고 있는 낸드플래시(키옥시아)와 자동차용 반도체(르네사스)까지 포함하면 모든 종류의 반도체 생산 거점을 확보했다. 정우성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동아시아에서 일본만큼 다양하고 폭넓은 반도체 생산이 가능한 나라는 없다”면서 “대만 TSMC가 지정학적 위기에 빠지거나, 한국 기업들의 중국 반도체 공장이 제 역할을 못 하게 되면 일본이 가장 유력한 대체지라는 이미지를 확보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반도체 산업 고객의 수요를 곧바로 시험할 수 있는 일본은 반도체 기업 입장에서 최고의 테스트베드다. 소니, 닌텐도, 도시바, 교세라 같은 IT 기기 업체들과 NTT도코모, 소프트뱅크 같은 통신 업체들이 건재한 데다 최근 반도체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자동차 대기업도 즐비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최근 반도체 산업은 수요처의 요구에 맞춰 기능이 특화된 제품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대형 고객사가 몰려 있는 일본에 거점을 두는 것이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반도체 장비 시장 점유율이 35%로 미국(40%)에 이은 세계 2위이고, 반도체 소재는 55%로 1위이다. 중국 반도체 굴기가 실패한 이유도 일본과 네덜란드가 미국의 대중 제재에 동참하면서 최신 장비 반입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이 한국과 대만을 대체할 반도체 강국이 되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 전자정보기술산업협회는 15일 경제산업성에 “미국·한국·대만에 비해 일본 전력 비용이 지나치게 높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대형 반도체 라인 하나를 기준으로 일본이 연간 200억엔(약 1920억원)의 전기료가 더 든다는 것이다. 오랜 반도체 산업 침체로 인력이 부족한 점도 문제로 꼽힌다. 반도체 라인 한 곳 운영에만 1500~ 3000명의 전문 인력이 필요한데, 이 인력은 단시일 내에 육성이 힘들다.

 

일본 반도체 육성 정책의 핵심 기업 라피더스의 미래도 불투명하다. 지난해 8월 도요타·소니·키옥시아 등 일본 대표 기업 8곳이 출자해 만든 라피더스는 2027년 세계 최고 수준인 2nm(1nm=10억분의 1m) 공정으로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이다. IBM 같은 미국 기업들도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밝히고 있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인력이나 제조 노하우가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가 주도하는 라피더스와 같은 ‘프로젝트 기업’은 뚜렷한 리더십이 없어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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