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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연구성과

I-bio 겸임 황동수 교수, [신간] 운이란 무엇인가 외

분류
연구성과
등록일
2023.02.09 14:13:53
조회수
77
등록자
관리자

I-bio 겸임 황동수 교수

 

나오미 배런 지음 / 전병근 옮김 / 어크로스 / 488쪽 / 19,800원 

 

철학자가 말하는 행운과 불운 이야기

  새해를 맞으면 용하다고 소문 난 철학관과 점집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점집을 찾은 이들은 한 해 운을 탐색하고, 좋지 않을 경우 액을 물리칠 부적을 구매한다. 점성술, 타로 등 문화에 따라 형식의 차이는 있지만 미래를 탐색하고 액운을 피하려는 노력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동양에서나 서양에서나 인간의 보편적 욕망이다.

  기원전 2000년 무렵 이집트인들은 하루하루를 이집트 신들끼리의 다양한 상호 관계 속에서 조명하는 ‘길일과 흉일 달력’을 완성했다. 달력에는 ‘이날은 음식을 먹거나 마시지 말 것’ ‘황소 옆을 지나가지 말 것’ ‘집이나 배를 만들지 말 것’처럼 구체적인 지침이 담겨 있다.

  그리스인들은 운을 중시해 ‘티케’라는 여신으로 의인화했다. 티케는 우주의 균형을 잡아주는 존재다. 불운은 오만한 자의 콧대를 꺾고, 행운은 핍박받은 자를 일으켜세웠다. 티케의 무시무시한 힘에 직면해 그리스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없었다. 그저 행운을 바랄 뿐.

  티케는 로마로 건너가 ‘포르투나’라는 이름으로 맹활약한다. 여신 포르투나는 거대한 바퀴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됐다. 바퀴가 돌아가면 사회의 밑바닥에 있던 사람들이 꼭대기로 올라갔다가 성공의 정점에 이르면 다시 궁핍한 생활로 떨어진다. 

  인간은 포르투나의 빙빙 도는 수레바퀴에 묶여 있는데, 이는 인간의 운명이 여신의 무심한 두 손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로마인들은 포르투나를 모시는 신전을 지으며 행운을 기대했다.

  불운을 피하는 방법도 고안됐다. 탄생석과 같은 부적을 사용하거나 오만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공개적으로 멸시를 받는 것 등이다. 왕실은 왕을 익살스럽게 조롱하고 각성시킬 어릿광대를 고용해 불운을 물리쳤고, 사회는 역병·침략·기근 등의 불운을 짊어질 희생양을 선정해 액운을 제거했다. 

  운의 존재를 경멸하는 이들도 있었다. 철학자 세네카는 “행복한 생존을 위해서라면 건전하고 고결한 영혼, 즉 포르투나를 경멸하는 영혼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명상록’을 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불운이라 말하지 말고, 잘 버티고 있으니 행운이라 말하라”고 했다. 

  근대 수학자들은 확률이론으로 운과 미래를 설명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확률로는 미래를 예상할 수 있는 범위가 넓지 않은 데다, 카오스 이론에 따르면 정확한 미래 예측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탓이다. 이후 양상이론, 통제이론 등을 통해 운의 실체를 분석하려고 시도했으나 학자들마다 적절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블룸스버그대 철학과 교수인 저자는 이 책에서 이 같은 운의 역사를 개괄하며 운은 인지적 착각이자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에서 운이 얼마나 작용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각자의 관점에 따라 다르며, 운은 객관적 속성이 아니라 주변을 바라보는 하나의 관점, 즉 주관적 평가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나오미 배런 지음 / 전병근 옮김 / 어크로스 / 488쪽 / 19,800원

 

디지털 시대, 다양한 읽기 전략

  ‘읽기’ 전성시대다. 디지털 기기가 보편화되면서 장르 소설, 웹 소설, 디지털 논문 등 읽을거리가 넘쳐나게 됐다. 그러나 이에 비례해 사람들의 문해력이 좋아졌다는 신호는 어디서도 감지되지 않는다. 오히려 읽기의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다. 

  미국 아메리칸대 언어학 명예교수가 쓴 이 책은 디지털 시대의 문해력 문제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지난 20년간 미국, 노르웨이, 이탈리아 등 각국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저자의 연구 성과를 담았다. 

  저자에 따르면 매체 환경의 변화로 인간의 읽기는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종이책뿐 아니라 전자책, 구독 서비스, 동영상 강의, 오디오북 등 매체가 다양해지면서 읽기가 다양한 경로로 확장됐다. 

  과거의 문해력이 읽고 쓰는 정도였다면, 디지털 시대의 문해력은 디지털 정보에 접속하고 소통하기 위해 알아야 할 기술과 사회적 맥락에 대한 이해를 포함한다. 저자는 매체를 넘나들며 어떤 방식으로 텍스트에 집중하고 이해하고 기억하는지 차이를 설명한다. 종이책과 디지털의 이분법을 넘어 각 매체에 맞는 새로운 읽기 전략을 강조한다.

 

윌리엄 번스타인 지음 / 노윤기 옮김 / 포레스트북스 / 820쪽 / 42,000원

 

인간의 비이성적 욕망과 광기

  미국 신경과 전문의이자 금융이론가, 역사가인 저자가 돈과 종교에서 비롯한 욕망과 광기의 역사를 조명한다. 저자는 신경심리학, 종교학, 유럽사, 경제사 등의 영역을 넘나들며 광기에 물드는 인간의 특징을 두 가지로 요약한다. 

  첫째는 모방. 모방은 인류에게 대체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데, 일례로 인간이 다양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것은 행동을 관찰하고 흉내 내는 모방 능력 덕분이다. 그러나 바로 이 때문에 인간은 광기에 쉽게 휩싸인다. 튤립, 주식, 비트코인 등에 투자하면 쉽게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낙관, 종말론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인간을 광기로 이끄는 두 번째 요소는 이야기다. 신경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사건 속에서 일정한 패턴을 유추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성향이 있고, 이를 통해 세상을 이해한다. 

  구원을 완성할 이가 도래한다는 종말론은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는 이야기로 매력을 더했고, 힘들이지 않고 부자가 된다는 소문의 위력도 사람들의 열망을 부추기는 뜨거운 이야깃거리를 낳는다. 

  이는 인간이 합리적 존재가 아니라 합리화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광기에 물들지 않으려면 개인의 경험과 전문성을 키우며 지적 역량을 축적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조언이다.​ 

 

​황동수·이상호 지음 / 동아시아 / 192쪽 / 15,000원

 

​석탄이 그리는 산업의 미래 

  기후 위기가 고조되면서 태양열·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세계 각국이 너도나도 친환경 에너지를 외치지만 그 사용 수준은 아직까지 미미한 형국이다. 여전히 세계 에너지의 90%가 화석 연료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 위기 시대에도 화석 연료가 친환경 에너지 못지않게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특히 부존자원이 부족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화석 연료의 사용 비율을 조절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도 석탄을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대체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일례로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줄인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2012년 기준으로 한국은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세계 7위다. 심지어 2030년엔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세계 1위에 오를 전망이다.

  이는 세계 10위권인 한국의 자동차 산업 및 세계 1위권인 한국의 조선 산업과 관련이 깊다. 자동차와 조선 산업에 필요한 철 1kg을 제련하려면 약 1kg의 석탄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탄소 소비량을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어 ‘철강 산업의 미래’로 여겨지며 세계적으로 기술 개발을 서두르고 있는 수소 환원 제철도 해결책은 아니다. 큰 장점을 갖고 있긴 하지만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기술일 뿐 탄소로부터 완전히 독립하는 기술은 아니기 때문이다.

  황동수 포항공대 환경공학부 교수와 이상호 포스코 연구위원이 함께 쓴 이 책은 실현 가능한 탄소 중립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 석탄과 이를 둘러싼 산업, 그리고 미래 기술을 이해하는 것으로 운을 뗀다.

  석탄이 어떻게 산업혁명의 실질적 도화선이 됐는지, 유럽연합이 왜 유럽석탄철강공동체로부터 파생했는지 등 관련 역사와 함께 화석연료가 어떻게 선사시대 생물체로부터 생겼는지에 대해서도 조명한다. 

  석탄의 기본 특성을 바탕으로 무연탄·갈탄·이탄 등 석탄의 종류를 구분하고, 에너지원뿐 아니라 소재로서 석탄이 어떻게 현대 산업과 일상에서 활용돼왔는지 살핀다.

  그러나 저자들이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화석 연료 자체에 대한 게 아니다. 인간의 욕망이 지속 가능한 것인지 되물어야 하는 시점이라고 귀띔한다. 이 말을 설명하기 위해 1800년대의 과학자에게 친환경 에너지원이 무엇인지 물으면 어떤 답을 내놓을지 상상한다. 그 과학자는 아마 석탄이나 석유를 꼽을 것이다. 

  그러나 2010년도 미국 정부의 에너지 정책 수립에 관여한 과학자에게 질문하면 원자력이라고 답하기 쉽다. 나아가 2100년의 과학자라면? 녹지 활동의 저해와 산사태, 에너지 저장 시스템의 빈번한 화재와 태양광 패널의 짧은 수명, 이로 인한 폐기물 처리비 등을 고려할 때 태양광 발전이나 풍력 발전을 손에 꼽진 않을 것이란 게 저자들의 짐작이다. 

  이는 결국 모든 에너지원이 가치중립적이란 사실을 일깨워준다. 그렇기에 인간의 욕망과 생활양식을 재검토해야 할 때라고 말하는 것이다.​

 

데럴드 윙 수 외 지음 / 김보영 옮김 / 다봄교육 / 408쪽 / 22,000원

 

삶을 무너뜨리는 미세한 편견과 차별

  흑인 남성이 늦은 밤 지하 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에 탔다. 엘리베이터가 로비에 멈추고 백인 여성이 탔다. 엘리베이터가 출발한 뒤에야 남성의 존재를 알아차린 그녀는 곧바로 가방을 움켜쥐고 목걸이도 가렸다. 흑인 남성이 모자를 벗고 인사까지 건넸지만 여성은 경계를 풀지 않았다.

  해프닝 같지만 일상에서 종종 마주치는 일이다. 미국 컬럼비아대 상담·임상 심리학과 교수인 데럴드 윙 수와 애리조나주립대 상담 및 상담심리학부 교수인 리사 베스 스패니어만이 쓴 이 책은 이처럼 일상 곳곳에 있는 편견과 차별을 다룬다. 

  ‘미세공격’이란 유색인, 여성, 성 소수자 등 특정 집단의 구성원이라는 이유로 개인을 향해 적대감, 경멸, 반감 등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상적인 말이나 행동이다. 공격하려는 의도 없이 일어나는 무시와 모욕도 포함된다. 

  이 용어가 등장했을 때는 주로 인종차별 문제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어느새 소외집단을 비롯해 다양한 상황으로 확대됐다. 저자들은 미세공격의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자에게도 주목한다. 가해자의 상당수는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상대가 어떤 상처를 입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2010년에 처음 나온 이 책은 학계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그 후 여러 사례를 더해 2020년 개정판이 나왔고, 국내에선 처음으로 번역됐다. ​ 

 

삶의 마지막을 대하는 자세 

  세계적인 재난수습 기업 ‘케니언 인터내셔널’의 회장이자 공동 소유주인 로버트 젠슨이 자신의 일터에서 현장을 수습하며 정리한 기록. 즉, 삶의 마지막 순간 누군가가 남긴 유류품에 대한 이야기다. 

  미국 9.11 테러와 허리케인 카트리나, 2004년 남아시아에서 발생한 쓰나미 등 대형사고 현장에는 늘 저자가 있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대형 사고와 재난이 지나간 뒤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동시에 삶과 죽음의 의미,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 등도 전한다. 

  일을 하다 보면 저자도 생존의 위협에 시달린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실종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유해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려고 분투한다. 그런 저자가 일터에서 마주하는 모습은 절대 아름답지 않다. 이미 죽어버린 누군가의 흔적을 쫓는 게 쉽지 않은 까닭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매일 죽음과 마주하며 34년을 살아왔다. 

  책은 죽은 이를 대하는 태도에서 산 자를 대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죽은 자와 그들의 물건을 쓰레기처럼 취급한다면 죽음이 누구에게나 찾아올 운명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저자의 물음이 깊은 울림을 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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